IMF를 계기로 온 국민이 경제적인 고통이 무엇인지 함께 체험하고 나서 가장 큰 인기를 모았던 책이라면 바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일 것입니다. 제목만 봐도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 책을 감정적으로 싫어하시는 분들은 이 책의 내용이 가난한 아빠를 무능하다고 비난하고 죄책감을 안기려하지 않느냐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군요. 이런 시각은 요즘도 포털 댓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 제대로 먹여살리지 못하고 제대로 키울 능력없으면 아예 애 낳은 생각도 하지 말라는 키보드 워리어들을 보면 한 여름에도 등골이 오싹해지고, 한겨울에도 열불이 나는 분들이 많으실거예요. 올해 대선에 어떤 대통령이 당선될 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경제야, 얼간아(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으로 정권을 잡고 실제 경제호황도 이루어냈던 클린턴 같은 경제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이제 이 책이 나온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는 출간 당시 읽지 못하고 한참이 흐른 다음에야 읽게 되었는데 그때도 정말 많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도 정말 좋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고, 저희 부모님에게도 꼭 추천을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추가로 더 들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무능했다라는 얘기가 아니라 이런 경제교육, 투자교육을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부터 받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 때문이죠. 뭐. 저희집은 일찍부터 사업을 했던지라 오히려 그런 교육을 할 만한 환경은 되었다고 생각되지만 실제 사업을 운영하는 것과 자식들에게 경제교육, 투자교육을 한다라는 것은 역시 별개인 것같습니다. 진로지도마저도 다른 부모님들과 마찬가지로 경영학, 법학으로 자식들을 보내셨으니 이 책에 말하는 '가난한 아빠'의 마인드를 가지고 계셨던 것입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가 부자 아빠로부터 배웠던 부와 투자에 대한 마인드가 첫번째이고, 나머지 두번째는 자신이 배웠던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서 부자가 되는 과정이죠. 재미있게도 두 부분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입니다. 실제로 로버트 기요사키가 부동산을 통해서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이 과연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뒷조사와 검증을 시도했었고, 그 결과는 아마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는 쪽으로 났던 것같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 아빠가 기요사키에게 가르쳐준 내용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더군요. 우리나라의 부자아빠라고 할 수 있는 Sayno씨와 이진 기자가 쓴 책 '부자아빠의 진실게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부자 아빠의 가르침에선 정말 놀라운 부분이 많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그리하여 큰 회사에 취직하는 것은 전형적인 코스이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부자가 되기란 정말이지 힘듭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이 기업가의, 기업가를 위한, 기업가에 의해 돌아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이죠. 민주주의 체제가 만인평등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고 해서 자본주의마저 그러리라 기대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입니다. 부자 아빠는 세금체계를 예로 들어 자본주의 사회의 한 단면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샐러리맨은 돈을 벌고, 세금을 떼고, 나머지로 돈을 쓰지만, 기업가들은 돈을 벌고, 돈을 쓴다음, 나머지에서 세금을 떼죠. 순서만 바뀐 작은 차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외에도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자산과 부채를 나누는 것이나 돈이 돈을 벌어오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은 다시 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만들고 있습니다.
부자의 기준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의 건축학자 벅민스터 풀러는 부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렸습니다. '부란 그 사람이 앞으로 오래 생존할 수 있는지의 능력 문제이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이 정의를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합니다. '내가 만약 오늘 당장 일을 그만둔다면 나는 며칠을 더 살 수 있을까?' 기요사키가 만든 캐시플로우라는 게임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경제적 자유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장 일을 그만두더라도 생존할 수 있도록 현금흐름을 만들어놓았는지가 경제적 자유의 핵심인 것이죠. 따라서 현금이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자산을 확보하고, 꼭 필요한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면 의외로 적은 소득으로도 충분히 경제적 자유를 획득할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부자 아빠의 가르침보다는 기요사키의 설교가 많아지는데, 그만큼 장황해지고 일반 처세서나 자기계발서와 비슷해지는 것은 이 책의 아쉬움입니다. 세금회피를 조장하고, 내부자거래같은 것을 권하는 걸 보면 어이가 없어지기도 하구요. 하지만 기요사키 부분을 건너뛰어도 좋으니까 부자 아빠가 설명한 부분은 꼭 반복해서 읽으며 어떻게 머리를 써서 경제적 자유를 획득할 것인지 궁리하고 또 실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허락되는 한 부자 아빠의 나머지 시리즈도 차례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10가지 힘을 기록삼아 옮겨둡니다.
첫 번째, 정신의 힘 : 나에게는 현실보다 더 큰 이유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나에게 왜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지 그 이유를 물을 때, 나는 그것은 깊은 감정적 <원함>과 <원하지 않음>의 결합이라고 대답한다. 당신은 어떤가? 강력한 이유나 목적이 없으면 삶에서는 무엇이든 어렵기 마련이다.
두 번째, 선택의 힘 : 나는 매일 선택한다.
우리 손에 현금이 들어올 때마다, 우리에게는 미래에 부자가 될지, 가난한 사람이 될지, 혹은 중산층이 될지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우리의 지출 습관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반영한다. 먼저, 교육에 투자하라. 사실 우리에게 있는 유일한 진짜 자산은 우리의 마음이다.
세 번째, 협조의 힘 : 친구들을 세심하게 선택한다.
가난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지 말라. 나에게는 그런 친구들이 있으며, 나는 그들을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그들은 삶의 <꼬마 병아리들>이다. 그들을 통해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게 된다.
네 번째, 빠른 배움의 힘 : 하나의 방식을 숙지하고 다음에 새것을 배워라.
빵을 만들려면 요리법을 따라야만 한다. 돈을 버는 것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변하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자신이 아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금방 낡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배우느냐에 있다.
다섯 번째, 자기 통제의 힘 : 먼저 자신에게 지불하라.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면 부자가 되려 하지 말라. 그런 경우에는 먼저 해병대나 종교 단체에 가입해서 자신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낫다. 그렇게 하지 않고 막바로 투자를 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돈을 벌어봤자 금방 잃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 좋은 조언의 힘 : 중개인들에게 잘 지불하라.
많은 중간 관리자들이 중간 관리자에 머물면서 승진이 안 되는 이유는 밑에 있는 사람들과 일하는 법만 알기 때문이다. 진짜 기술은 일부 기술적인 분야에서 당신보다 똑똑한 사람들을 관리하고 그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일곱번째, 공짜로 무언가를 얻는 힘: <인디언식 주기>를 하라.
위험성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돈을 은행에 넣는다. 장기적으로 저축은 아예 저축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돈을 되찾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며, 대개의 경우는 공짜로 얻는 것이 전혀 없다. 현명한 투자가는 투자 회수율 이상의 것을 기대한다. 바로 금융지능이다.
여덟 번째, 초점의 힘 : 자산이 사치품을 산다.
어떤 사람이 자기 통제의 힘을 습득할 수 없다면, 부자가 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오늘날의 외적인 소비 사회는 지출에 대한 유혹이 많기 때문에 지출 부분을 늘리는 것이 훨씬 더 쉽다. 약한 정신적 의지는 가난과 금전적 고생의 원인이다.
아홉번째, 신화의 힘 : 영웅의 필요성
영웅은 단순히 자극을 주는 이상의 역할을 한다. 영웅은 상황이 쉽게 보이도록 만든다. 상황이 그렇게 쉽게 보이면 우리는 확신을 갖고 그들처럼 행동하려 한다. 투자에 관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상황을 어렵게 만든다. 그러지 말고 영웅을 찾아라.
열번째, 주는 것의 힘 : 가르치면 받으리라.
무언가가 부족하거나 필요하다고 느낄 때마다 먼저 원하는 것을 주어라. 그러면 그것이 푸짐하게 돌아올 것이다. 돈에 대해서 배움을 얻고 싶다면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가르쳐라. 그러면 엄청나게 많은 아이디어와 더 뚜렷한 대가가 찾아올 것이다.
One Day
One Book
One Review
2007.01.23.
인상깊은 구절 : 나는 두 분의 가르침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삶에 대한 소중한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한 분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나로서는 그것을 살 여유가 없다> 다른 아버지는 그런 얘기를 하지 못하게 했다. 그분은 내가 이렇게 말하도록 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그것을 살 수 있을까?> 하나는 진술이었고, 다른 하나는 질문이었다. 하나는 부정적인 생각이었고, 다른 하나는 긍정적인 도전이었다. 곧 부자가 될 내 아버지는 <나에게는 그것을 살 여유가 없다>라고 말할 때 우리의 사고는 멈춘다고 얘기했다. 반면에 <내가 어떻게 하면 그것을 살 수 있을까?> 라고 질문하면 우리의 사고는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원하는 모든 것을 사라는 말은 아니었다. 다만 그분의 가장 강력한 컴퓨터인 두뇌를 활용하라고 말한 것뿐이었다.